마음에 일을 내려 놓아라

 
'마음의 일이 적어야 한다'
이 말은 유난히도 현대인에게 필요한 경책입니다. 이 짧은 생을 살며 우린 온통 정신없는 일로 바쁜 나날을 보냅니다. 
'이 일만 다 하면 끝이다' 하는 희망도 그 일이 끝남과 동시에 또 다른 일의 시작으로 이어집니다. 그러지 않아도 됨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마음에선 잠시도 일 없음을 원치 않습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난 아니야' 싶겠지만 모두들 마음의 일을 너무 많이 만들며 살아갑니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데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끊임없이 일을 만들어 냅니다. 일이 없으면 사람들은 불안함을 느낍니다. 사람이란 어떻게든 끊임없이 움직이려고 애를 씁니다. 잠시 누군가를 기다려야 할 조용한 시간이 주어지면 대부분의 사람은 어쩔 줄 몰라하며 그 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을 찾습니다. 
노래를 듣던가 신문을 읽던가 아니면 잠을 자던가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을 느끼게 됩니다. 마음속에 의도를 지으면 그것은 모두 일이 됩니다. 잠깐 짬나는 시간에 잠이라도 자 둬야지 하고 작의(作意)하여 눈을 붙이게 되면 그것은 '잠자는 일'이 되는 것입니다. 
잠이 오니 자연스레 눈이 감김에 몸을 맡겨야 하지요. 이렇듯 소소한 데에도 우리는 일을 만들어서 해나갑니다. 불안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방법으로 사람들은 끊임없이 일을 만들어 움직이는 데서 풀고자 합니다. 

무언가를 하지 않고 있으면 남들에게 뒤처지고 말 것이라는 불안감이 우리에게 수없이 많은 일과 스트레스를 가져다주고 있습니다. 아마도 자신을 남에게 드러내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세상과의 경쟁에서 이겨야만 한다는 강박 관념이 우리를 휘어감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경쟁 심리가 우리의 삶을 너무 빠르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우리의 삶에 너무 많은 일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우리 마음을 너무 복잡하고 정신없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너와 나라는 존재는 둘이 아닌 하나인데 그 사실을 모르다 보니 상대를 밟고 일어서는 데서 오는 왜곡된 안정, 불안한 잠시의 행복을 삶의 참된 행복이라고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러다 보니 상대보다 조금 더 좋은 직장에 있거나 조금 더 높은 직위에 있고 조금 더 많은 월급을 받으면 상대보다 더 잘 났으며 더 행복하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경쟁에서의 승리와 상대를 밟고 올라가는 자리를 행복의 척도로 여기고 있습니다. 심지어 삶의 가치가 그런 것인 줄 착각하며 살기 쉽습니다. 
대학은 어디를 나왔는지, 직장이 어디인지, 차는 얼마짜리를 타고 다니는지, 연봉은 얼마이며, 몇 평짜리 집에서 살고 있는지, 이런 쪽에 인생의 가치를 두고 살아가다 보니 이런 가치만을 채우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상대방을 이겨야 하고 이기기 위해선 상대방을 밟고 일어서야 하는 사회 구조입니다. 
이기지 못하면 불안에 떨고 이기기 위해 상대방을 헐뜯고 협박하고 속이며 심지어는 죽이기까지 하니 말입니다. 참 처량하고 답답하며 원시적인 삶의 구조 그대로입니다. 이런 구조 속에 살고 있는 한 우린 언제까지고 불안함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복잡하고 답답한 일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마음의 부담감이 늘 있다 보니 늘 분주하게 일해야 하고 늘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삶의 여유가 없어지고 마음의 휴식이 없다 보니 마음이 혼탁해집니다. 

아무것도 불안해 할 것 없습니다. 
지금 이 모습 그대로, 더 나아지지 않은 이대로의 모습으로도 우린 충분히 행복하고 고요하며 원만하고 구족한 존재입니다. 불안 심리가 사라지면 무언가를 꼭 해야만 한다는 번거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이기기 위해 상대방을 헐뜯고 짓밟지 않아도 됩니다. 끊임없이 일을 만들어 내지 않아도 됨을 스스로 느낄 수 있게 됩니다. 단아함 속에, 단순함 속에 조금 느릿느릿한 그 속에 참된 안정과 정직한 행복, 온전한 사랑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요즘의 사람들은 앞만 보고 내달리지만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 발 늦춰가는 것입니다. 조금 단순해지는 것입니다. 조금 느긋해지는 것입니다. 일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일을 놓아 가는 것입니다. 
일에 노예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꼭 해야만 하는 일을 자꾸 만들어 낼 필요는 없습니다. 일을 자꾸 만들어 내고 성취하고 만들어내고 성취하고, 이런 끊임없는 일과 일의 성취의 반복은 결코 우리를 행복하게 하지 못합니다. 모름지기 마음에 일이 적어야 밝은 수행자라 할 수 있습니다. 
마음에 일이 적다는 것은 마음이 불안하지 않아 안정되고 고요하다는 말입니다. 고요한 가운데 되어지는 일의 흐름에 몸을 맡길 수 있어야 합니다. 꼭 해야만 하고, 되어져야만 하는 일을 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되어지고 있는 일의 흐름을 타고 온전히 나를 맡기면 됩니다. 

일을 놓고서도 할 일은 하나 빼놓지 않고 다 할 수 있습니다. 의도하여 짓고 만들어 내지 않으면 됩니다. 
꼭 필요한 일은 되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필요에 의한 일을 할 일입니다. 
욕망에 의한 일을 턱 놓고 갈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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